'공룡'들이 꽉 쥔 콘텐츠세상, 블록체인으로 푼다

팝체인


김한신 팝체인 해외사업 담당 상무는 '오타쿠'였다. 어려서부터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에 심취했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잠시 접어둘 수 밖에 없었다. 대학교 3학년부터 중국에서 신발장사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7년 간 카페 등 요식업부터 게임사업까지 영역을 넓히며 정신없이 달려왔다. 어느새 '중국통' 사업가가 돼 있었지만 '오타쿠'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김 상무는 "어느 순간 무력감이 들었다"며 "진짜 하고 싶었던 콘텐츠에 매달려보기로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처음엔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마존, 구글 등 거대 플랫폼이 버티고 있는 시장에선 승산이 적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도 험난해보였다. 그러던 중 블록체인을 발견했다. 김 상무는 "휘발성 위주의 콘텐츠가 아니라 창작자들의 진지한 고민 끝에 탄생한 콘텐츠들이 자유롭게 유통되는 무대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팝체인은 콘텐츠를 유통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중개자가 없어 수수료도 없다. 소비자는 콘텐츠를 즐기고, 제작자들은 콘텐츠를 만들면 팝체인코인(PCH)으로 보상받는다. 여기까진 여타 블록체인 콘텐츠 플랫폼과 다를 게 없다. 팝체인은 여기에 '팝박스'를 더했다. 팝박스는 팝체인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즐길 때 사용하는 셋톱박스 장치다. 이를 통해 블록체인이 가진 속도와 확장성 문제를 해결했다. 김 상무는 "블록체인의 개별 블록은 용량이 작아 콘텐츠를 담기 힘들고 상용화 수준의 속도도 내기 어렵다"며 "팝체인 이용자들은 팝박스로 콘텐츠를 토렌트처럼 공유하기 때문에 진정한 탈중앙화 구조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참여자는 해당 가상통화를 얻기 위해 가상통화공개(ICO)에 참여하거나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해 판매해야 했다. 이는 이용자들에게 큰 부담이다. 팝체인은 팝박스에 채굴 기능을 담아 이 같은 문제를 돌파했다. 팝박스로 네트워크에 연결해 유휴 저장공간 및 네트워크 대역폭 등의 자원들을 제공하면 코인을 받는 식이다. 기존 전문 채굴기기로는 아예 채굴이 되지 않는다. 채굴에 있어서도 특정 세력에 치우치지 않는 '분산경제'를 구현한 것이다.

독창적인 사업모델은 해외에서 먼저 인정을 받고 있다. 대만(5월), 일본(6월), 태국(7월), 중국 및 베트남(8월) 등에서 밋업을 개최하고 팝박스를 시연했다. 베트남에선 국영 방송에서 소개됐을 정도다. 일본 유명 콘텐츠기업 가이낙스도 밋업에 참가한 뒤 팝체인과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메인넷을 공개한 뒤 내년 1분기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김 상무는 "기존의 생태계를 당장 바꿀 순 없겠지만 팝체인이 일으켜낸 균열을 통해 새로운 물결이 밀려들 수 있길 바란다"고 다짐했다.

  •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8112311060016536
  • 이민우
  • 201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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